'세이노의 가르침'에 나오는 글들이 전반적으로 2000년도 초반에 작성되었으니, 이 글이 쓰여진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글을 썼던 2000년 초반과 비교했을 때 2022년 현재는 남과 비교하는 삶,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더욱 더 만연해진 것 같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넘어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세태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시대를 앞서갔던 저자의 통찰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오늘은 '세이노의 가르침' 책 중에서 '부자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 챕터를 정리하고자 한다. 혹시 '세이노'가 누구? 일본사람인가? 하는 분들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부자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
-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영국 워릭대 연구팀은 돈이 얼마나 있어야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가를 연구하고자 매년 영국인 1만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생활 수준과 만족도를 분석하였다. 행복의 정도를 금액으로 측정하는 최초의 분석적 시도였는데 연구팀은“가장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돈의 액수는 1백만파운드(약 18억원)”라고 하였다. 국민 소득을 감안하면 우리 실정으로는 약 9억원 수준이다. 연구팀은“1백만파운드의 돈이 있다고 해서 다 행복한 것은 아니고 일에서의 성취감, 만족스런 결혼생활, 건강 등이 행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들”이라고 결론지었다(이런 뻔한 사실을 알아내는데 10년씩이나 소비하다니! 하긴 우리나라 교수들의 정부지원 연구결과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골 때릴 정도로 가관인 것이 많기야 하지만.)
- 그렇다면 돈 문제 이외에는 건강이나 가정이나 직장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사람들에게 돈이 생기면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말인가? 잠시 동안만 그렇다. 왜 돈 문제 이외에는 걱정근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차 돈이 영원한 행복을 안겨다 주지는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인간은 환경이 바뀌어 지면 재빨리 그 새로운 환경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는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른 바“당연심리”이다. 전세를 살던 사람에게 자기 집을 마련하였을 때의 기쁨이 몇 년 못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게다가 행복은 상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는 독립적인 행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비교심리”이다. 언제나 우리 눈에는 남들이 더 행복해 보이고 남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불행하게 여기게 된다.
- 특히 주변에 세속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있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행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울해 한다. 나는 이것을 “주변인식”이라고 부른다. “당연심리”는 개개인에게 상황을 진보시킬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나쁘게 보는 것은“비교심리”이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비교심리”가 가져온 소비 때문에 돈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신이 1년에 11만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20만 달러를 버는 세계와 당신이 10만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8만달러를 버는 세계, 이 두 세계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미국인은 두 번째 세계를 택한다. 왜 그럴까? 바로“비교심리”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웃집에서 차를 갖고 있으면 나도 차가 있어야 비슷한 행복을 누린다고 믿는다. 그래서 좀 무리를 하더라도 기어이 차를 사고야 만다. 추석이나 여름휴가 때 중고차 값이 오르는 이유도 사람들에게“비교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 다 자가용 타고 가는데 우리도 그래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나에게 차가 없으면 남들이 나를 불행하다고 볼까 봐 두려워 한다. “주변인식”이다. 마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사람들 같다.
- 물론 이러한 심리들은 자기가 현재 이 사회에서 잘 해 나가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안으로써 스스로를 주변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심리적 방안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면 깊은 곳에는 인간이 주변 사람들에 느끼는 시기심이 생각보다 크게 자리잡고 있다. 결혼을 코 앞에 둔 남녀가 종종 갈라서는 이유 역시 부모들과 당사자들의 “비교심리”와“주변인식”에 있다. 누구네 집 며느리는 이러이러한 혼수를 해왔는데, 누구누구는 예물로 다이아 1캐럿을 받았는데, 누구누구는 시댁에서 아파트를 사주었다는데 왜 나는 전세냐, 요즘 세상에 누가 20인치 TV를 보냐 30인치는 되야 한다….등등의 모든 갈등이 다 남들에게 지고 싶어하지 않는 시기심이 빚어낸 것들이다.
- 그러다 보니 돈이 모일 겨를이 없다. 수입이 조금만 늘어도 쓰고 싶어 안달이 나며 빚까지 진다. 남들이 가진 것들을 자기도 갖고자 하기 때문이다.(혹시라도 그런 상대방을 만났다면, 또는 상대방의 집안이 그렇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빨리 헤어져라. 이미 결혼을 했다면 아이가 생기기전에 이혼하는 것이 현명하다.) 진정한 부자들은 이 세 가지 심리들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금융기관들에 가서 물어보아라. 진짜 알부자들은 전혀 부자같이 보이지 않는다. 사는 곳도 강남에서는 평범한 곳에서 살고 잠바 하나 걸친 사람들이 수십억원의 현금을 움직인다. 고 정주영 같은 재벌 1세들의 모습이 TV에 비쳤을 때 도대체 부자같이 보이던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있었는가.
- 부자들은 남들이 어떻게 살건 간에 관심이 없다. 흉내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현재의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다시 나빠질 수 있음을 알고 대비하려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살지 않는다. 남들이 무엇을 갖고 있건 간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우선 돈을 모은다. 돈이 쌓이면 그 돈에서 나오는 수익으로“나중에”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원금을 건드리지 않고서 말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세가지 심리 때문에 그 원금이 될 작은 돈들을 “먼저”야금 야금 갉아 먹는다.
우리는 왜 남과 비교하면서 살까?
인지부조화 이론을 최초로 제시하기도 했던 미국의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기를 평가하고 싶은 동기가 있는데, 자기 평가를 위한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을 찾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서 자신을 평가한다고 한다. 즉, 우리들은 자기 자신이 상대적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 중 어디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페스팅거는 사회적 비교 이론에서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동기에 따라 세 가지의 비교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바로 상향비교, 유사비교, 하향비교가 그것이다.
첫 번째로 상향비교는 자신보다 높은 위치나 우월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으로 자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발생한다. 하지만 상향비교가 빈번해질 경우, 자신에 관한 평가가 낮아져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주관적 안녕감이 낮아지며 비교 대상자에게 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하향비교는 사회비교 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거나 자신의 목표에 도달 가능성이 낮을 경우,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행복, 주관적인 안녕감과 자신감을 고취하고자 할 때 발생한다. 즉, 하향비교는 긍정적인 자아상이 위협받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하향비교가 너무 빈번해질 경우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자기 발전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사비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안이나 확신이 없는 경우 타인의 신념과 행동, 태도 등을 파악한 후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여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결정하고자 하는데 지침으로 사용하고자 할 때 발생한다. 사람들은 유사비교를 통하여 위안을 얻고 타인과의 사회적인 유대감을 느끼려 한다.
이와 같이 상향 비교, 하향 비교, 유사 비교를 통해 우리들 개개인은 나름대로의 심리적 안정을 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끝없는 비교가 일어나게 된다.
참고 :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6504704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기평가를 할까?
내 멋대로 가설을 하나 세워보자면 나는 이것이 인간의 원시 본능 중 하나인 '무리짓는 본능'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만년 전 우리의 선조들에게 있어 무리에서 도태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무리속에 있고 싶어했을 것이고, 무리속에 있을 때 안정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무리의 최하단에 위치할수록 무리에서 도태될 위기를 느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했을 것이다(혹시 내가 무리에서 도태될 상태는 아닌지). 비교를 통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있고, 또 내 밑에 누군가가 있음을 알 때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 밑에 누군가가 충분히 있는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내 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내 밑에는 누가 있는지 보이지가 않고, 내 위로만 잔뜩 보일 때이다. 이 경우 내가 무리에 최하단에 위치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느끼고 괴로워질 수 있다. 무리에서 도태될 지 모른다는(=죽음) 느낌을 받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무리에서 도태된다고 죽지는 않지만 이러한 원시 시대의 본능이 아직까지 우리의 dna에 남아있어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를 하며 자기 평가를 하는게 아닐까? 라고 내 멋대로 추정을 해본다.
어쨌든 저자가 글을 썼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듣거나 실제로 그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들에 서로 위안을 얻으며 살 수 있었다(물론 당시에도 싸이월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SNS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SNS를 통해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된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되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SNS에 올라오는 상당수의 내용들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로 경쟁하듯이 실제보다 더 과장된 모습을 등록하고, 그 경쟁이 심화되어 어떤 사람들은 아예 현실과 판이한 모습들을 올리기도 한다. 현실은 거지같지만 SNS 내에서는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에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자신이 만든 상상속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자신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SNS속 세상의 괴리가 커질수록 당사자는 점점 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지게 된다.
반면,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나랑 비슷한 처지인 줄 알았던 사람들의 인스타속 화려한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주변인들은 나름대로의 불행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부러움 수준이었지만 반복되는 상향 비교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주관적인 안녕감이 낮아지게 된다. SNS속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해보이고 내가 넘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괴롭다. 결과적으로 가짜로 만들어진 세상으로 인해 현실속의 당사자와 관찰자가 모두 불행한 상황이 된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를 노출 시켜야한다
사회적 비교는 우리의 본능이다. 이를 건강하게 활용한다면 분명히 동기부여와 자존감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SNS속 세계에서는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왜곡된 세계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런 검증되지 않은 허세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말고, 실제로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 시켜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온라인 보다는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찾아가서, 그들이 실제로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었는지 어두운 면들도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상향 동기가 자극되어 나 또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된다. 진심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면 허상속의 세계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부자가 아니면서 부자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진짜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나보다 조금 더 앞서있는(진짜 부자가 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서로 자극을 주고 받는 것이 백배 천배는 나에게 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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