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Chapter 3에서는 우리가 불완전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우리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본능에 따르는 반사 체계보다는 이성에 따르는 숙고 체계를 활용해야하는데, 이런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도 우리 인간은 반사 체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의식적이고도 신중한 선택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 또는 고려할 변수들이 너무 많을 때는 의식적인 심사숙고보다 무의식적인 결정이 오히려 더 나은 기량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이 책의 저자인 개리 마커스는 이야기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우리의 결정이 편향되기 쉬운 상황들이 언제인지, 그리고 이런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 두 체계의 장단점을 각각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여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 책 '클루지'에 나오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하고 그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택과 결정 - 진화의 덫에 걸린 호모 이코노미쿠스
- 진화의 비교적 최근 산물인 의식적 의사결정에 가까이 갈수록 우리의 결정은 더 형편없는 것이 될 때가 많다.
- 웬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돈에 대해 다소 덜 합리적인 방식으로, 곧 절대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ex. 100달러 짜리 전자레인지를 사는데 25달러를 아끼기 위해서는 차를 몰고가지만, 1000달러짜리 TV를 사는데 똑같이 25달러를 아끼기 위해서는 차를 몰고 가지 않음)
- 어째서 우리는 돈에 대해 (더 합리적인) 절대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덜 합리적인) 상대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인간은 (돈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에 대해 생각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의 뇌는 돈 문제에 잘 대처하도록 진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먹는 것에 잘 대처하도록 진화하였다.
-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둘 사이에는 상당한 혼선이 존재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배부를 때보다 배고플 때 자선단체에 돈을 덜 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 실험에서 '돈에 대한 큰 욕망'의 상태에 놓인 피험자들은 '돈에 대한 작은 욕망'의 상태에 있던 사람들보다 시식을 하는 동안에 더 많은 초콜릿을 먹었다.
- 사람들이 가치를 결정하는 첫째 원리가 상대적 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면, 둘째 원리는 무엇이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아주 막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ex. 100달러에는 한 개도 안팔리던 목걸이가 가격을 200달러로 올리니까 품절되는 사례).
- 이런 일은 바로 닻 내림 효과 때문에 발생한다. 닻 내림 효과는 인간 인지의 매우 기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물건의 가치를 평가할 때뿐만 아니라, 삶 자체처럼 무형의 것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우리의 거의 모든 선택은 그것이 경제적인 것이든 아니든, 문제가 어떻게 제기되는가에 따라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받는다.
- 맥락은 우리에게 생각할 재료를 제공함으로써, 신념은 물론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진화와 관련이 있다. 합리성이란 말 그대로 관련 증거들을 철저하고 사려 깊게 비교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포유동물의 기억회로는 전혀 이런 목적에 맞게 조율되어 있지 않다. 기억의 신속함과 맥락 민감성은 위협적인 환경에서 급히 결정을 내려야 했던 우리 선조들에게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에 자산이었던 것이 현대에는 부채가 되었다. 맥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데, 합리성은 저렇게 말하고 있다면, 합리성은 언제나 양자 간의 싸움에 지고 만다.
-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종의 동물들은 '할인 쌍곡선'이라고 알려진 것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유기체가 미래보다 현재를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훨씬 더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유혹이 가까이 있을수록 그것을 물리치기란 더더욱 어렵다.
- 이것은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왜 노후를 위해 충분히 저축하지 못하는지, 왜 그렇게 자주 신용카드 빚을 엄청나게 지는지 등도 설명해준다. 예컨대 지금의 1달러는 1년 뒤의 1달러 20센트보다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게다가 복리가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 우리가 결국 선택을 그르치게 되는 것은 논리와 정서 사이에 긴장이 생길 때다. 지금의 술 한잔이 가져다줄 쾌감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별력 있는 선택은 물 건너가기 쉽다.
- 배고픔, 성욕, 행복, 슬픔 등은 흔히 사람들이 합리적인 사고에 개입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기술의 누진적인 중첩을 통한 진화는 우리가 뭐라고 우기든 이런 요인들이 위세를 떨치도록 만들었다.
- 결론적으로 말해 진화는 우리에게 상이한 능력을 지닌 두 체계를 남겨 주었다. 하나는 틀에 박힌 일을 처리할 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반사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틀을 벗어나 생각할 때 유익한 숙고 체계다. 우리가 이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조화를 꾀할 때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혜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존재인가
이번 챕터에 다오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사실은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이 사실은 지극히도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선택이며, 나 역시도 그 사람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유사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 조차 대부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어찌보면 당연하다. 알았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테니).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 뿐만아니라, 수 많은 심리학 실험들에서 인간의 선택과 결정은 지나치게 맥락 의존적이며, 상대적이고, 감정적으로 진행된다는 점들을 명명백백하게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내가 익숙하게 해왔던 일,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이고 몸에 완전히 체화가 되어서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일의 의사 결정은 숙고 체계 보다 반사 체계를 따르는 것이 유리하다. 즉,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직관에 따르는 것이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이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직관을 따르기 보다는 숙고 체계에 따라 논리적, 이성적으로 따져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다만, 이 때에는 내가 합리적으로 사고 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나 맥락적인 요소에 나의 의사결정이 영향 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가 의사 결정했던 시간대와 주변 환경 내 몸 상태 등 여러 조건들을 변화시켜 가며 내가 동일한 결정을 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틀 밖에서 판단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우리의 의사 결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떤 장면에서는 비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런 점을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스스로를 점검해볼 수 있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항상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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