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의 기억은 왜 이렇게 허술할까?(클루지_맥락과 기억)

by 내가그린대로산다 2023. 4. 6.
반응형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에서 인간이 가진 마음의 결함 중 첫 번째로 다루는 내용은 바로 '기억'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기억을 모든 클루지의 어머니이자 단일 요인으로는 인간의 인지적 기벽(남달리 기이한 버릇)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요소로 소개하고 있다. ​

 

실제로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매우 허술한 부분이 많아서 왜곡되기도 하고 융합되기도 하며 그냥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단어를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것을 생각해내려고 하면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거나, 자기가 놓아두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디 있는지 몰라서 물건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기억은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는데, 스카이다이버들은 종종 낙하산을 펼치는 줄을 잡아당기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이다(이는 스카이 다이빙 사망 사고의 약 6%를 차지한다). 왜 이렇게 우리의 기억은 허술할까? ​

 

다음은 이 책 '클루지'에서 인간의 첫 번째 클루지(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로 소개한 '기억'과 관련한 주요 내용들이다. ​

 

맥락과 기억 - 모든 클루지의 어머니여, 인지적 악몽의 원흉이여!

  • 맥락은 우리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단서들 가운데 하나다. 무엇이 머릿속에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가는 맥락에 따라 좌우된다.
  • 인간의 기억은 뇌 속의 위치가 아니라 단서를 중심으로 매우 강력하게 조종되기 때문에 쉽게 혼동이 일어난다. 내가 어제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까닭은 어제 아침식사가 그제 아침식사나 또 그 전날 아침식사와 너무 쉽게 혼동되기 때문이다.
  • 맥락과 단서 중심으로 인간의 기억이 조직되어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의 기억이 종종 함께 뒤섞여 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지금 배운 것이 이전에 배운 것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또 거꾸로 이전에 알고 있던 것이 어떤 것을 새로 배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방해와 간섭은 '잘못된 기억'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 진화의 과정에서 맥락 의존적인 기억의 장점과 단점은 대부분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요점은 재빨리 알아채고 자세한 것들은 형편없이 기억하는 것이 나름대로 쓸 만한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종종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는 때때로 사회적 상황에 따라 우리 조상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던 정도의 정밀함을 필요로 한다. 예건대 법정을 생각해보자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정확히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은 흔히 평범한 인간의 기억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 목격자 증언이 신뢰하기 어려운 까닭은 우리의 기억이 조각조각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억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것들을 정돈하기에 적합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의 인출은 맥락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인간의 기억 창고는 어찌보면 사진들이 어지럽게 가득 차 있는 상자와 비슷하다.

출처 : pixabay

  • 최근 사진들은 평균적으로 위쪽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해내려는 것이 꽤 일반적인 개념일 때는, 예컨대 음식을 구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기억해내려고 할 때는, 어제의 경험이든 1년 전 경험이든 아무 경험이나 기억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물건 상자 같은 체계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기억해내야 할 경우에 우리의 기억 체계는 형편없는 것이다.
  • 그밖에도 인간 기억에는 또 다른 특이 사항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기억과 그 일이 언제 일어났는가에 대한 기억이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은 몇 달 동안 큰 뉴스거리가 되었던 사건조차 그것이 몇년도에 일어났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 왜 이렇게 우리의 기억은 허술할까? 우리의 기억은 정확성보다는 속도를 중시한다. 우리 조상들은 거의 언제나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살았다. 그리고 인간 이외의 거의 모든 생물들은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나 자주 일어나는 사건처럼 상황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하는 등의 여러 도전을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정 증언에서 관찰되는 동기 해석의 오류나 편향에 대한 관심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법정에서, 직장에서 또는 그밖의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 이전의 우리 조상들이 거의 접하지 않았던 종류의 요구들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열쇠를 어디에 두는지가 아닌, 마지막으로 어디에 두었는지, 특정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누가 우리에게 무엇을 언제 말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인간 기억의 일상적인 오류가 특정 종류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ex. 어떤 일들은 차라리 잊는 편이 나으며, 불완전한 기억이 오히려 고통을 줄여준다)은 한 가지 요점을 놓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해서 곤란을 겪는 일들은 우리가 잊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가는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잊는가는 우리가 무엇을 잊고 싶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잊는지는 맥락과 빈도와 최근도의 함수이지,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

인간의 기억은 오류 투성이이다

이 책 클루지에서 인간의 마음이 가진 첫 번째 결함으로 소개한 것은 바로 인간의 기억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인간의 기억은 정말이지 오류가 너무 많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이전에 유사한 기억들이 섞여서 혼동을 불러일으키며, 왜곡되고 조작되기까지 한다. 이 책에 따르면 나의 기억은 내가 부족해서 불완전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불완전 할 수 밖에 없다. ​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에 대해서 상당한 확신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기억이 잘못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살면서 제법 봐왔던 것 같다(물론 이 기억 또한 조작된 것일 수 있다). 어쨌든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불완전한 자신의 기억을 너무나 믿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클루지 덩어리 이므로 수많은 오류들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이런 클루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간다면 어떤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을까? ​

 

우리가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이유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바로 작심삼일 이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처음의 굳은 결의를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고 금방 흐지부지 되는지를 기억이라는 클루지와 연결시켜서 생각해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면 그 사람에게는 분명히 특별한 자극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 시점에서 그 사람의 마음은 '할 수 있다', '꼭 해야겠다' 등의 긍정적인 생각들과 의지들로 가득찼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사실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클루지 덩어리인 우리의 기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때 그 순간의 기억들이 점차 희미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3일 정도가 지나면 거의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그것이 정상이다. 우리의 몸이 그렇게 진화가 되어있는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지속하고 달성하려면 끊임없이 잊어버리는 우리의 기억 체계와 싸워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굳은 마음과 그 순간의 의지만 가지고 해보려 한다면 우리의 기억은 절대로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마음과 의지는 다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

 

기억이라는 클루지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이 책에는 그 방법이 딱히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수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에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그것은 바로 끝없이 기억을 상기 시키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들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어떤 자기계발서의 저자는 매일 목표한 바를 100번씩 글로 썼다고 했다. 당시 그 책을 읽었을 때는 약간 오바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클루지를 보고나니 "성공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분은 기억이라는 클루지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 외에도 수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시각화라던지, 매일 아침 목표를 큰 소리로 외치고 시작하라던지, 이야기 하는 것들이 모두 이 기억이라는 클루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행동들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게 됐다(물론 그 분들이 그것을 의도하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

 

그리고 또 하나. 기억이라는 것이 이토록 불완전 하다는 것에 대해서 새삼 놀라는 한편,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기억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한 여러가지 Tip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 또한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자신의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기억해야하는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는 반드시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것이 진정으로 클루지에 역행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