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는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경제 체제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은 '자유'이다. 이 체제 아래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각 개인은 자신의 부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고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부의 양극화나 승자독식 구조와 같은 어두운면이 존재하게 된다.
이에 맞서는 경제 체제가 바로 사회주의이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은 '평등'이다. 이 체제 아래서 국가는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가진다. 승자가 부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부를 공유한다. 기업 간 경쟁은 없으며, 기본적으로 생산 수단도 국가가 소유한다. 국가에 의해서 평등한 소득 분배가 이루어진다.
언뜻 보기에는 사회주의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미 역사를 통해서 알다시피 사회주의 경제 체제는 몰락했다. 북한과 같은 일부 독재 국가만이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대표적인 사회주의 체제 국가였던 중국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받아들인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주의의 구호인 '평등'을 외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 스타일의 사회주의가 아니라 북유럽의 복지 국가들처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설령 일을 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평균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유'가 보장된 삶 보다는 '평등'한 삶이 중요하다. 국가가 자신들의 삶을 책임져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일찍이 이런 대중들을 가리켜 자발적으로 '노예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다.
'부의 인문학' 저자인 우석은 이 책에서 거장 하이에크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부의 인문학' 책 중 첫 번째 장 '노예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제 1장. 노예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
1. 왜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까?
- 화폐를 늘리면 다음 단계는 인플레이션이다
-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도로를 건설했다고 해보자.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 근로자는 도로 공사에 참여해서 임금을 받을 수 있어 의식주를 향상시켰다. 아무도 도로 건설비를 내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로는 생겨났다. 좋은 일만 생긴 것 같다.
- 도대체 누가 도로 건설비를 댄 것일까? 밀턴은 화폐 보유자 모두가 그 도로 건설비를 댄 것이라고 말한다. 호주머니나 은행 통장에 화폐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 왜 진보정권 때 부동산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가? 진보정권은 언제나 큰 정부를 지향한다.
- 진보정권은 서민과 약자를 돕기 위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걸 좋아한다.
-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에 따르면, 재정지출과 복지 확대 정책은 처음엔 경기 부양이 되지만 이후엔 인플레이션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자산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중남미에 포퓰리즘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예외 없이 물가가 폭등했다.
2. 전락적 사고 없이 무턱대고 열심히 하면 빨리 망한다
- 부자가 되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투자하거나 그냥 열심히 사업을 한다고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관건은 승리할 수 있는 투자나 사업을 선택하는 데 있다.
- 재능과 노력보다 줄서기가 더 중요하다
- 난 딸아이의 전략적 사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남보다 잘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라. 네가 남보다 잘 못하는 약점은 무엇인지 고려해라.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 봐라. 향후 세상의 변화 속에서 네가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 봐라. 또 반대로 어떤 위협이 있을지도 고려해라. 이런 상황에서 너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여 기회를 잡고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곳에 네 자신을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해라.
- 이런 게 전략적 사고방식이다. 이걸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줄을 잘 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인생은 줄서기다! 노력과 재능보다 줄을 잘 서는 게 더 중요하다.
- 전략을 형성하는 5가지 경쟁요소
- 마이클 포터는 1979년에 '어떻게 경쟁 요소들이 전략을 형성하는가'라는 논문에 5가지 경쟁요소를 처음 소개했는데, 이 이론은 경영학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 마이클 포터에 의하면, 어떤 기업의 수익성은 이미 정해져 있다. 어떤 기업이 얼마나 벌 수 있는지는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쟁이 없을수록 경쟁이 덜 치열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는 5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산업의 경쟁 강도를 결정짓는 5가지 요소로, 신규 진입 위협, 라이벌 기업 간의 경쟁, 공급자의 교섭력, 구매자의 교섭력,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체 위협 등이다.
-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재능보다 전략적인 선택이 더 중요하다. 바로 여기에 마이클 포터의 분석 도구를 활용하면 분명 그냥 열심히 하는 것보단 백배 나은 결과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3. 시장은 도덕적 기준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 시장경제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 보상은 노력과 재능에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운이 작용하기도 한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 공급으로 작동한다. 도덕적 기준은 어디에도 끼어들 틈이 없다.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오로지 가격만 맞으면 거래가 되는 것이다.
- 왜 사람들은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가
- 왜 자유를 버리고 노예의 길을 선택할까? 자유는 경쟁이 기본이고, 노력이 기본이고, 책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경쟁하기 싫고 노력하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싫은 미성숙한 대중이 쉽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이럴 때 달콤하게 등장하는 정치 세력은 파시스트나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자다.
- 노예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대중이 자유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 한다. 어린애처럼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4. 경제민주화는 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첩경이다
-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선택하는 이유
- 지금 우리 정부는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고 예산을 팽창시키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기 쉽다.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경제 정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당장의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 망한다고 해도 당장 인기를 끌고 당선되어야 하니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책을 선택한다.
- 워런 버핏은 투자할 때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물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여 올릴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가진 회사의 주식에만 투자하라고 했다.
이번 장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3가지 이다. 첫째는 경쟁에 대한 내용, 둘째는 미성숙한 대중(노예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 셋째는 가격 결정권에 대한 내용이다.
경쟁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시장은 냉정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고객에게 선택받고 모든 것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른 측면을 강조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경쟁을 최대한 피하라는 것이다. 즉, 확실하고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요는 꾸준히 있으나 경쟁이 덜 치열한 것.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 그런 일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폼나는 일을 쫓아 다니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여 내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 다른 사람들도 그 일을 통해서 돈을 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역행자'의 저자인 자청은 같은 맥락에서 경쟁을 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으로 부자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해주는 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얼마 전에 리뷰했던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세이노는 부자가 되려면 좁은 문으로 가야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좁은 문. 더럽고 위험하고 힘들고 폼이 안 나는 것들을 해야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부자들은 남들이 천하게 여기는 배추장사, 생선장사, 새우젓장사, 쌀장사로 돈을 벌었고, 남들 보기에도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한 것은 그런 폼나지 않는 일들을 통해 기반을 닦고 나서부터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폼나지 않는 것들에는 천재들이나 큰 회사들이 들어오지 않으며 일류대 출신도 오지 않는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들어올 뿐이므로 우리가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여기서 부자들이 처음부터 폼나는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경쟁이 없는 일(힘들고 빡센일)을 통해서 기반을 다지고 이 후 돈을 번 다음 폼나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부자들의 성공담에는 항상 미친듯이 힘든 시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과연 그게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라고 생각해보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힘겨운 성공담을 보면 "어휴.. 나는 저렇게는 못한다.. 저 사람이 특별해서 저렇게 할 수 있었던거지.." 라고 대부분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그렇게 힘들었던 만큼 경쟁자들이 떨어져 나갔고, 그래서 그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들 쉽고 편하게 돈을 벌려고 하니까 그런 쉽고 편해 보이는 곳에만 경쟁이 몰릴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곳에서도 잘 찾으면 길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국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경쟁이 덜 치열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미성숙한 대중(노예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경쟁하기를 싫어한다. 이미 앞서가는 사람들과의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있어서 포기한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그들이 게으른 것일 수도 있으며 노력하고 있지만 안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부자는 소수이고 빈자는 다수이다. 이 지점에서 사람들이 자유를 버리고 노예의 길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는 경쟁이 기본이고, 노력이 기본이고, 책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경쟁과 노력과 책임은 무거운 단어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는 자유를 보장하지만 너무 어렵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본주의는 상대적 박탈감과 쓰디쓴 실패를 안겨준다. 그런 맥락에서 자본주의는 그 탁월함으로 인해 멸망하고 사회주의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천재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슘페터이다. 그는 소수의 성공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다수의 패배자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로 대체될 것이라고 보았다.
슘페터의 예측처럼 자본주의가 망하는 날이 과연 올까? 글쎄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그런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세월이 많이 흘러서 부의 양극화가 극에 달하는 시점이 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차피 자본주의는 망할거니까 부자될 생각은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을 싫어하고 게으르고 책임지기 싫어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별다른 노력은 안하면서 잘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의 특성을 공략해서 정치인들은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는 포퓰리즘 정책들을 남발한다. 공짜로 돈을 나눠주고 그렇게 돈을 풀면 그들의 지지율은 올라간다. 딱 이 책에 나온대로다. "경쟁하기 싫고 노력하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싫은 미성숙한 대중이 쉽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이럴 때 달콤하게 등장하는 정치 세력은 파시스트나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자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자는 소수이고 부자가 될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자본주의가 망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노력해서 소수의 부자가 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보다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가격결정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물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워런 버핏의 말에 주목해서 어떤 기업들이 있을지 고민해봤다. 아마도 특정 영역에서 독점적 혹은 반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일 것이다. 정부는 이런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기업들을 발굴하여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기업들이 이런 기업들에 해당할까?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이 별다른 저항하지 못하고 그 제품을 사는 기업들,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 마니아 수준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에 해당 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애플과 테슬라가 생각난다. 워런 버핏이 사랑하는 코카콜라도 떠오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 반도체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 전세계 소비재 1위 기업 P&G, 윈도우즈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 등도 이에 해당하는 기업일 것이다. 이들은 이미 각 분야의 세계 최고들이고 당연히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이미 유명해진 기업들 말고,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지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아직 알리기 전에 있는 어떤 기업을 먼저 발굴하여 투자할 수 있다면 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결국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1위 기업에 투자하거나,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1위가 될 기업을 발굴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기업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에 투자해야하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가 스스로 명확하고, 또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근거와 논리가 탄탄하다면 그 때는 투자를 고려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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