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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마음만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

by 내가그린대로산다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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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하고 있다. 인사 중에서도 특히 채용과 관련된 업무를 10년 이상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업무 특성 상 많은 사람들(지원자들)을 만나게 되고 본의 아니게 그들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 동안 봤던 수 많은 면접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꼭 직접 면접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으로 채용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

 

내게는 일종의 직업병이 있다

꼭 채용 장면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려고 하는 습성이 바로 그것이다. 면접이라는 것이 대개 30분~1시간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작은 말과 행동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평가의 단서로 수집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훈련을 반복해오다 보니 아주 짧은 시간 밖에 관찰하지 못한 사람도 어쨌든 합격 혹은 불합격으로 판단을 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 같은 것이 생겼다. 물론 평가를 당하는 당사자가 알면 기분이 매우 나쁘겠지만, 채용과 관련된 업무를 10년 넘게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런 습성이 생기게 되었다. ​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하루는 1층에서 어떤 지원자와 함께 면접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처 : pixabay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는데,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이 면접자가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이 지원자는 합격하기 어렵겠구나 생각을 했다. 단순히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보여서가 아니라, 이분이 지원했던 직무가 고객지원 직무였기 때문이었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 모습을 통해 성격이 급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성향의 사람은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대응해야 하는 일과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물론 더 정확한 검증은 이후 면접에서 현업 팀장이 한다) ​

 

한편으로는 이런 경우도 있다. 지원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채용 절차와 관련한 안내 메일의 요청 사항들(예를 들어 '경력기술서는 PDF 형태로 변환해서 보내주세요'와 같은) 내용을 무시하고 그냥 PPT 파일로 보낸다던지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지원한 직무가 '품질' 직무라면 그 경우 역시 해당 직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

 

중요한 것은 의지나 생각이 아닌 행동이다

이렇게 그 사람의 행동을 살피는 것은 실제로 면접을 볼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의지나 생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다. 그 사람의 의지나 생각은 얼마든지(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바뀔 수 있지만 행동은 잘 바뀌지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아무리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행동을 보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면 그 사람이 앞으로도 그런 행동을 보여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나 면접 장면에서는 모두가 다 잘할 수 있고 꼭 해낼 것이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의지나 각오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느냐를 더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그게 직업으로써 계속 반복되다보니 나는 평소에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 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

 

최근에는 채용과 조금 다른 곳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한 리더로부터 받은 어떤 메일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게된 계기도 바로 그 메일 때문이다. 그 메일은 우리 회사 특정 사업부의 수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단체 메일 이었는데(나는 인사팀이어서 그 메일을 참조로 받았다), 대략적인 내용은 전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우리 사업부 또한 상황이 좋지 않지만 혁신을 통해서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수장으로서의 다짐이자 부하직원들에 대한 독려였다. ​

 

"~~ 전 세계적인 위기의 시대에 ~~ 우리 사업부 또한 쉽지만은 않은 ~~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

 

메일의 전반적인 내용은 그다지 특이할 것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내용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솔직히 내 눈에는 그 메일의 내용보다는 '읍니다'라는 표현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메일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혁신'이라는 단어와 '읍니다'라는 표현이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과연 이 부서가 '혁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런 작은 표현 하나도 '혁신'(사실 혁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하지 못하는 분이 수장으로 계신데 어떻게 그 사업부가 혁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게 그 메일을 본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

 

아직 그 분을 몇 번 뵈지도 못했고, 대화를 나눠 볼 기회도 많지 않아서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그 자리까지 올라가신 분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뛰어난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것은 아마도 강한 고집과 관련된 역량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면 집요함이나 끈기, 추진력과 같은.. 그러나 그분의 강점이 혁신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사업부를 혁신하겠다는 그 분의 간절한 마음 또한 진심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과연 그분이 '혁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에 정말로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런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자신부터 달라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혁신하겠다는 그 분의 각오보다는 '읍니다'라는 작은 행동이 내게는 더 크게 와닿는다. 그것은 마치 "나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거야."라는 어떤 강력한 메시지처럼 느껴져서 내 마음을 더 안타깝게 만든다. 회사를 위해서 부디 나의 이런 판단이 틀리기를 바랄뿐이다. ​

 

행동이 달라져야 삶이 바뀐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라는 말이 있다(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주변을 살펴보면 정말 간절하게 부자가 되고싶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간절한 마음들은 하나같이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실제로 자신을 바꾸는 사람, 달라지기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예전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면서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물론 로또 당첨과 같이 아주 드물게 일어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을 그런 요행에만 기댈 수는 없지 않은가). ​

 

혹시 나 스스로도 '마음만' 간절한 사람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혹시 내가 '말'만하는 사람은 아닌지 돌아보자. 물론 내 생각이 말이되고 말이 행동이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는 것처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게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하고 말만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간절한 마음만으로는 결코 나의 삶을 바꿀 수 없다. 나의 간절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내 삶이 바뀐다. ​

 

결국 내 삶을 바꾸는 것은 행동이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어제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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