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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면 일도 잘 할까?

by 내가그린대로산다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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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회사에서 특강을 들었다. 특강의 주제는 '일을 잘하는 방법'이었다. ​

 

대략적인 강의의 내용은 "돈을 받고 일하는 이상 우리 모두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이다. 따라서, 프로의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였는데, 전반적으로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고 강의 자체도 재미있었다. ​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

그 강의 내용 중에서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하게 만든 내용이 있었는데, 바로 '내 자녀가 앞으로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강사에 따르면, 만약 내 자녀가 공부를 할 때 이 행동을 하면 앞으로 공부를 잘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행동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공부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니 괜한 기대하지 말고 빠르게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사가 말하는 그 행동은 바로 '오답노트'였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오답노트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혹은 앞으로 잘 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은 자신이 틀린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오답노트를 써보면서 실수를 줄이고 점점 틀리는 갯수를 줄여나가서 성적을 높인다. 반면에 공부를 못하는(혹은 앞으로도 못 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은 자신이 틀린 것보다는 맞힌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 못하는 애들은 "나 3번 문제 찍었는데 맞았다!" 이런 대화를 하는 반면, 공부 잘하는 애들은 찍어서 맞힌 것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다시 살핀다는 것이다. ​

 

이 대목에서 나 역시 공감을 많이 했다. '나는 학창 시절 맞힌것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그래서 내가 공부를 못했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강사의 이어지는 주장이었는데,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오답노트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에서 물음표가 생겼다. ​

 

"정말 오답노트를 쓰면 일을 잘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고, 그에 앞서서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이 정말 회사에서도 일을 잘하나?" 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도 하게 됐다. ​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No'에 가깝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이다. 즉, 공부를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우선 첫 번째 질문인 오답노트에 대한 대답이다. 오답노트가 실수를 줄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일부 직무에서는 이런 방식을 적용했을 때 분명히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품질'과 같이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곧 성과가 되는 몇몇 직무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무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성과는 기대한 것 이상을 해냈을 때 나오는데, 실수를 줄이는 것은 기대한 수준에 부합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즉, 욕을 안먹을 수는 있겠지만 잘했다는 말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에서 욕을 안먹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오히려 욕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직장에서 오답노트 까지 쓸 정도의 성의를 보인다면 성실한 사람일테니 사람들이 일을 못해도 대놓고 욕하지는 못하겠지만, 일을 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내 생각이 아니라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성과는 약점의 보완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가 가진 강점을 통해서만 나온다." 즉, 우리가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답노트'가 아니라 '정답노트'인 것이다. ​

 

그런데 왜 이런 혼동이 생길까?

내가 학교 다닐때를 생각해보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곧 못하는 것을 줄이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학교에서 학생들 간의 우열을 가리는 방법으로 사용 되는 것이 바로 시험인데, 이 시험에서는 실수를 적게하는 사람이 곧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출처 : pixabay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 중, 고, 대학교 까지 16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어떤가? 직장에서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다. 누가 누가 덜 틀리느냐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누가 '고객(여기서의 고객은 직무에 따라 다르다. 소비자 일 수도 있고, 상사 일수도 있으며, 다른 동료 직원일 수도 있다)'의 니즈를 더 많이 충족 시키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공부를 잘하는 것과는 방향 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인 것이다. ​

 

최근에 입사한 사원들의 면면을 보면 소위 명문대 출신들도 많고, 그 중에는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다는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꼭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틀에 갖혀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결국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싶다.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공부하고 암기하는 것은 잘했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하는 능력은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시키는 것만 해서는 잘하는 사람이 되기 어렵다. 시키는 것을 해내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이 공부를 잘했던 친구라도 스스로 공부 방법들을 고민해보고 '왜' 하는지를 생각했던 친구들과 그냥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너무도 성실하고 묵묵하게 주어진 일들을 했던 친구들은 사회에 나와서 차이가 난다. 전자의 친구들은 사회에서도 일을 잘한다. 반면에 후자의 친구들은 사회에 나와서 큰 시련을 겪는다. 학창 시절 내내 모범생이자 우등생으로 모두에게 칭찬만 받다가 사회에 나와서 처음으로 '일을 못한다,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엄청난 충격을 받고 크나 큰 좌절을 겪는다. 그럴수록 긴장감에 점점 더 실수를 많이하고 자신감은 더 떨어져서 평가가 계속 안좋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나는 그런 케이스들을 종종 목격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노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정답노트'를 써야 한다. 내가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던 것이 무엇인지, 그 때 성과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 내 강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그 강점이 다른 사람들과 더욱 더 차별화 될 수 있도록 집중해서 갈고 닦아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부분 만큼은 누구나 나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된다면 나의 가치는 분명히 올라갈 것이다. 물론 나에게 너무 큰 약점이 있어서 강점보다도 약점이 더 부각된다면 약점을 어느 정도는 보완할 필요가 있겠지만, 약점을 없애는 것에 집중해서는 안된다. "그 친구는 커뮤니케이션은 서툴지만 디자인 실력은 정말 최고다" 라는 말을 듣는 것이 평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디자인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지되는 것 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하나의 아주 특출난 강점(S급)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B+ 급의 강점을 여러 개 만드는 것 또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어쩌면 B+급 강점을 동시에 3개 가진 사람이 S급 강점 한 개를 가진 사람보다 가치가 높을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

 

어쨌든 그렇게 긴 학창시절을 보낸 영향 때문인지, 우리는 유독 못하는 것에 집중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잘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못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이미 학생의 신분을 벗어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잣대가 부정적인 것을 줄이는 것에 포커스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왜 못했는지가 아니라, 왜 잘했는지이다. 내가 잘하는 것, 내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비단 직장 생활에서 일을 하는 것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업을 할 때도, 자녀 교육을 할 때도 그리고 내 삶을 살아갈 때에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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