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지금껏 남의 것을 열심히 추종해서 모방하는 것으로 삶의 대부분을 채웠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이데올로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이데올로기, 건국(정부수립) 이후로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로 살았다. 이처럼 생각을 따라하다 보니 생각의 결과들도 대부분 따라서 한 것들로 남았다. 산업도 전반적으로 '따라하기'로 되어 있다. '따라하기'를 잘해서 이른바 '재빠른 추격자'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 '따라하기'는 쉽고 편하지만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따라하기'를 하면 최초의 사람이 겪었던 고뇌와 숙고와 불안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매우 편하고 안전하다. 편하고 안전한 느낌이 너무 크기 때문에 따라하면서 느끼는 '쪽팔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스스로도 '쪽팔림'을 모르게 되어 버린다. 매출이 올라가고 시청률이 나와주기만 하면 오히려 따라하고도 당당하다. '쪽팔림'이 사라지면서 너도 나도 창피해하지 않고 따라하기에 동참한다. 염치를 모르는 사회가 되어버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따라하기' 현상
이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는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체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남이 한 생각을 따라하는 삶은 편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삶은 주체적이지도 않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에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TV프로그램처럼 특정 테마가 흥하면 유행처럼 똑같이 따라하는 프로그램이 여기저기 생겼다가 다같이 사라지는 경우(ex. 쿡방, 먹방 등)를 언급한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언급한 이런 '따라하기'현상에 대해 많은 공감을 했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남이 무언가를 해서 잘되면 그와 똑같은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식당을 예로 들면, 봉*비어, 대*카스테라 등 잘되는 가게가 하나 생기면 비슷한 가게들이 주변에 갑자기 확 생겼다가 유행이 끝나면 다같이 사라지는 패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전세계 1등의 자리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아직도 'fast follower'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고 이야기한다. 조선시대부터 정부수립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항상 남의 생각을 추종하는 삶을 살았다. 이쯤되면 '따라하기'는 우리 민족의 깊은 국민성이 됐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중진국을 벗어나서 선진국으로 가려면 더 이상 '따라하기'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남의 생각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기준을 생산해내는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비로소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 나 역시 공감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이런 '따라하기' 현상(혹은 국민성)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따라하기 = 레버리지
바로 '따라하기'란 결국 '레버리지'라는 관점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모든 나라들이 우리 나라의 성장을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케이스로 언급하며 분석 대상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비밀이 우리의 뿌리깊은 국민성인 '따라하기'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우리나라는 성공한 국가의 사례를 레버리지함으로써 매번 엄청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따라하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나 '뭐든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라는 이미지가 괜히 만들어진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레버리지'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레버리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의 내용들은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저자가 레버리지 자체를 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조건적인' 따라하기를 경고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계속해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자신의 삶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훌륭한 사람들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내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그들과 같은 높이의 시선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게 바로 주체적인 삶이고 주인된 삶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 그래서 생각을 추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즉 생각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은 삶을 자발적으로 운영한다는 말이 되고, 반면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용해서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추종하며 산다는 말이 된다.
- 창의적 결과나 독립적 활동은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지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질문을 발휘하는 능력이 점점 퇴화되어 궁금증과 호기심도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은 불편함을 이겨내고 질문을 생각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기 때문에 궁금증과 호기심이 살아 있다.
- 지적인 편안함에 빠져들면 들수록 인간은 급격히 늙어간다. 반면 궁금증과 호기심이 살아 있다면, 그는 결코 늙은 사람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이 생긴다
생각의 차원을 높이는 일. 주체적인 삶 모두 중요하지만 그게 정말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일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솔직히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꼭 창의적(선도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나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일류'가 되기 보다는, 누군가 했던 검증된 방법으로 '적당한 성공'까지만 거두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설령 그런 방식이 이류나 삼류에 그치더라도). 특히 재테크와 관련해서는 1,000억 부자가 아닌 20억 정도의 부자를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의 목표는 '따라하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과연 창의적 결과나 선도적인 수준이 필요한지가 의문이다.
수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 있다면 바로 '성공한 사람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따라하기만 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이 책의 말도 백번 맞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따라하기'만한 것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목표가 모두 최고 수준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 까지의 부만 축적해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만약 지금 내가 어느 분야에서 하위권이라면 레버리지를 통해서 최대한 빠르게 중상위권까지 올라가고(마치 우리나라가 그래왔던 것처럼) 그 이후에 상위권 혹은 최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전략을 쓰는게 더 현명한 것이 아닌가 라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물론 그렇게 '따라하기'의 삶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어느 수준이 됐다고 해서 "이제부터는 따라하기가 아니라 내가 직접 기준을 만들어야지"라고 마음을 먹더라도 그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안다. 과거에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어느 시점부터 다르게 산다는 것은 정말 일어나기 힘든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뼛속까지 다 바꿀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사실 나도 어떤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 이 책의 내용이 상충되는 것 같아서 약간은 혼란스럽다.
'왜'를 고민해야한다
그렇다면 이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말하는 조언을 따르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성공 비결을 레버리지하는 것)을 모두 적용할 수는 없을까? 바로 레버리지는 하되, 그들의 방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성공한 방법을 참고하되, '왜' 그런 방식을 취했는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내 상황에 적용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본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무비판적인 따라하기'는 어느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저것 따지다가 실행조차 하지 않을거라면 그냥 무비판적으로라도 따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결국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만약 내가 이미 실행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생각없이 기계처럼 똑같이 따라하기보다는 성공한 사람이 왜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인지 나름대로 이유를 고민해보고 그 사람이 고민했던 시선의 높이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런 생각하는 훈련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비로소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가 '나의 성공 노하우'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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