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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정말 좋을까?(feat.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by 내가그린대로산다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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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많이 떨어졌다. 이미 2021년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곳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좋지않나?" 라고 여길 수 있다. 누구나 내 집 하나쯤은 가지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니, 기왕이면 더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집값이 정말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말은 곧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굳이 '오늘'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집값이 싸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사는 사람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보다. 집을 보유하고 있을수록 자산 가치가 계속 떨어져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도 집을 사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도 모두가 집을 임대해서 살려고 할 것이다. ​

 

그런데 임대 주택은 누가 제공하는가?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 임대는 전체 주택의 8% 수준에 불과하다(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11053). 결국 대부분의 임대 주택은 다주택자가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도 집을 사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주택자는 사라지게 된다.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시장에는 집을 팔려는 사람만 넘쳐나고, 임대 주택을 구하지 못하거나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아무도 집을 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집을 살 마음도 없고 임대 주택을 구하기도 어려우니 사람들은 이사를 다니지 않게 된다.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에 아무런 수요가 없으니 집을 새로 지을 이유도 없어진다. 결국 집을 공급하는 시공사와 건설사는 신규 수주가 없으니 매출이 계속 줄어들게 되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들부터 차례로 부도가 나게된다. ​

 

디플레이션

집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음식과 같이 그날 반드시 사야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소비를 멈춘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싸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 소비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다. 당연히 수요가 위축되어 상품들이 팔리지 않게된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니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생산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매출은 점점 더 감소하게 된다. 매출이 감소하니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한다.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두고 직원들을 정리한다. 정리해고된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하므로 허리띠를 졸라맨다. 살아남은 직원들은 월급이 동결되거나 삭감된다. 게다가 언제 짤릴지 모르니 더더욱 소비를 줄인다. 사람들이 상품을 사지 않으니 기업들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기업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대부분의 투자 자산들이 폭락한다. 물가 하락의 초입에서 집을 샀거나 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투자자산의 폭락으로 파산한다. 경기는 점점 더 악화된다. 물가는 점점 더 싸지는데 이상하게 모두가 괴로워진다. 이게 바로 디플레이션의 늪이다.

 

디플레이션 :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한다. 경제의 한 부문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다. 예를 들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하락하는 상황으로 인플레이션율이 0% 이하(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이면 디플레이션이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현상인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나 경기가 불황인 디프레션(depression)과는 구분되는 다른 개념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디플레이션 - 지속적인 가격하락 (경제학 주요개념, 김철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그 유명한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이 바로 이 장기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전세계가 허덕이던 시절을 말한다. 또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제는 20년이 아니라 30년이 되었다..)을 통해 디플레이션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 할 수 있다. ​

 

"경제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8년에 일본에서 도산한 기업은 총 1만 9171개, 개인파산 건수도 10만여 건의 전년도 1.5배나 급증했다. 또한 부동산·주식 폭락의 여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본인의 숫자는 1997년 2만4천 명에서 2년 만인 1999년에 3만 3천 명까지 늘어났다. 2003년에 이르면 일본내 자살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계속되는 일본의 경기침체는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냈다. 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 감소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설상가상 외환위기가 터질 무렵 발생하기 시작한 청년층의 인구감소는 곧 소비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며 더 줄어든 내수시장 약화는 저성장 저물가의 디플레이션 시대를 초래했다."

출처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출처 : pixabay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플레이션은 필수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매년 2~3% 수준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은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킨다.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 2~3%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산 물건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비싸진다고 예측할 수 있어야 사람들이 소비를 한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안정적인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가격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들쑥날쑥 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망설이는 원인이 된다. ​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디플레이션

아주 급격한 물가 상승은 당연히 좋지 않다. 하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이 된다.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디플레이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당장은 집값이 떨어지니까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환호하지만, 그 환호가 언젠가 나에게 비명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의 늪이다. ​

 

물론 아직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물가가 빠른 속도로 잡히고 있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이렇게 잘 연착륙하여 부디 예전의 안정적인 수준의 물가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물가를 안정적으로 잡는 것에 실패하여 자칫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되면,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괴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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