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심리기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뇌과학자들은 이것을 '노르아드레날린 효과'라 한다. 이 책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을 아드레날린과 함께 '투쟁'과 '도피'에 대한 반응을 낳는 물질로 소개하고 있다.
집중력과 기억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_노르아드레날린
원시인이 야산을 걷다가 갑자기 포악한 호랑이와 맞닥뜨렸을 때, 머릿속 측두엽 안쪽에 존재하는 편도체가 이 외부자극이 '불쾌'한지 아닌지를 판정한다. 호랑이와의 조우는 공포, 즉 불쾌한 체험이므로 편도체는 '위험'하다는 상황판단을 내려 신속하게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그 순간 취해야 행동은 2가지 밖에 없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각성도와 집중력이 올라간다. 멍하니 있던 뇌가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싸울지 도망칠지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뇌의 능력도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이를 업무 장면에 적용하면 어떨까?
가장 대표적인 예로 어떤 일을 할 때 기간이나 시간을 정하기만해도 효율이 높아진다. 마감이 없는 일도 스스로 마감을 설정하여 압박을 가하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노르아드레날린 업무 방식'은 쉽게 말해 공포나 스트레스를 이용하여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당연히 장기간 지속적으로 쓸 수 없다. 아주 중요한 일이나 순간에 한정지어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적절한 순간 순간마다 사용하는 것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의욕을 끌어내던 질타가 오히려 '무기력'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반응 외에도 뇌속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워킹메모리'다. 적당한 노르아드레날린은 적당한 흥분을 일으켜 워킹메모리의 활동을 돕는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면 오히려 워킹메모리가 활동을 못하게 된다. 즉 노르아드레날린의 활성 정도에 따라 워킹메모리의 활동상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워킹메모리는 컴퓨터의 램과 같은 역할을 한다. 컴퓨터에 램이 많아지면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뇌 또한 워킹메모리가 활성화되면 효율이 향상 된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때 중요한 것이 바로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적당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워킹메모리를 활발하게 하고 뇌 회전을 가속화해 업무 효율과 수준을 높인다.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부족해지고, 그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확실하게 '쉬는 것'이 그 비결이다.
나는 계획성이 부족한 편이다. 그리고 일을 미루는 성향이 있다. 반면에 책임감은 강한 편이어서 어떻게든 맡은 일은 마무리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어릴 때부터 뭐든 마감기한에 임박할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 항상 밤을 새워서 숙제든 일이든 하고는 했는데, 이상하게 그럴 때 더 효율이 많이 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평소의 나의 능력보다 2배는 더 효율이 나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자꾸 그런 식으로 일하다보니 그 패턴이 점점 더 강화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돌아보니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 단순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나는 마감에 임박할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 넣어서 적당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줬고, 내 뇌는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하여 노르아드레날린을 마구마구 뿜어냈던 것이다. 별 생각 없이 그냥 그런 방식이 나랑 잘 맞는다고 판단해서 해왔던 것 뿐인데 막상 나름의 과학적 이유를 확인하고 나니 신기한 기분이 든다.(물론 게으름에 대한 자기 합리화인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로는 매일 같이 윽박지르기만 하는 상사를 둔 부하직원들이 왜 성과가 잘 나지 않는지도 알게 됐다. 이전 직장에 다닐 때 희한하게 어떤 상사 밑에만 들어가면 멀쩡하던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대부분 처음에는 바짝 각성해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가 이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역시나 시종일관 몰아붙이기만 하는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상대방을 압박하여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각성의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게 만드는 것은 노르아드레날린이 아닌 도파민의 역할이라는 것을 그 분이 알았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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