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손흥민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손웅정님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들의 유명세를 빌어 책하나 냈나보군..' 정도로 생각하며 딱히 흥미를 갖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내가 "이 책 정말 좋다. 꼭 읽어봐. 오빠는 축구도 좋아하니까 더 와닿을 것 같아."라며 이 책을 추천해줬고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읽었던 어떤 책보다 솔직하고 겸손하며 담담했다. 그리고 저자인 손웅정님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내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필력이 좋아서 책이 술술 읽혔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열심히 밑줄을 치며 읽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이다. 조금 더 풀어쓰면 "우리 모두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이야기다. 이 말을 "어차피 죽을 인생 치열하게 살면 뭐하나? 다 부질없으니 대충 살자." 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 죽기 때문에 그 만큼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죽지않고 영원히 살게 된다면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을까? 한 백년쯤은 아무것도 안하고 백수처럼 지내다가 지겨워지면 다음 백년은 조금 빡세게도 살아보고, 또 다른 백년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하면서 그냥 살고 싶은대로 살아도 된다. 어차피 죽지 않으니까 하루를 어떻게 보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못한 것들은 다음에 얼마든지 하면 되니까.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 모두는 죽는다. 언제 죽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냥 되는대로 하루 하루를 살다보면, 다음을 기약하지도 못하고 인생이 그렇게 끝나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컴퓨터 게임에서처럼 내 남은 수명이 눈에 보인다면 하루 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영원한 삶을 살 것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죽음을 기억하지 않는다.
손흥민 아버지 책을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왠 죽음 이야기를 하나 싶을지 모르겠다. 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고 내가 느낀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님은 누구보다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 이라고 느꼈다. 그는 단 하루도 그냥 보내는 법 없이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왔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사는 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아들인 손흥민에게 물려주었다.
운동선수에게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손흥민이 왜 그렇게 항상 즐거운 표정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할 때 어떻게 저렇게 수준 높으면서도 사려깊게 말할 수 있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다.
손흥민의 팬이거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동기부여될 수 있는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강력 추천하는 책이니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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