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이전과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여행인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횟수 자체도 이전 대비 많이 줄어 들었지만, 무엇보다 여행의 형태 자체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주로 조용한 휴양지에서 잘먹고 잘자고 푹 쉬다오는 그런 여행을 주로 다녔는데, 아기가 태어난 후로는 모든 여행이 아기 중심으로 맞춰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충분한 휴식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아기를 돌보기 용이한 곳인지, 아기가 즐길만한 거리들이 충분히 있는지, 아기 밥 먹이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등 온통 아기 중심으로 숙소부터 스케쥴까지 모든 것이 정해지고 저희 부부의 취향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아마도 저희처럼 어린 아기를 키우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여행을 통해 사랑하는 아기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고 그로인해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마음 한 켠에 예전에 자유롭게 여행을 하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제 당분간은 그런 여행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오늘 소개할 책 '여행의 이유'는 알쓸신잡 시리즈에 출연한 이후로 더욱 더 인지도가 높아진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입니다. 이미 나온지 한참 된 책이고 베스트셀러에도 올랐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리라 생각하지만, 괜히 제가 여행가고 싶은 마음에 철지난 책리뷰를 해봅니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책 내용
평생 가장 많이 한 것을 글쓰기와 여행이라고 말 할 정도로 여행을 많이 했던 저자가 본인이 왜 그토록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내린 책 저자는 자신의 다양한 여행 에피소드와 살아온 배경들을 소개하면서 본인이 왜 그토록 여행을 많이 다녔는지, 본인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책을 읽고 느낀 점 / 리뷰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 책입니다. 그 동안 김영하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게끔 글을 참 잘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에서 김영하 작가는 어찌보면 별볼일 없는 일상적이고도 아주 사소한 그런 여행의 에피소드들을 아주 맛깔나게 풀어냅니다. 소위 읽을 맛이 나게 글을 써서 소설가들이 괜히 이야기꾼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모든 소설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김영하 작가가 명성을 날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 수긍하게 됐습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어느정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책을 읽고나면 더욱 더 여행이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늘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하러 그 먼길을 떠나겠는가.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여행지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이유도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결론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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