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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을 사야하나?(feat. 무주택자 내집마련 후기)

by 내가그린대로산다 202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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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여곡절끝에 내집마련을 하게 되었지만 나 역시 전세를 살던 무주택자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의 고민도 항상 '지금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였던 것 같다. 돈이 있으면 그런 고민을 할 일도 없겠지만 돈이 없다보니 집을 사려면 대출을 끌어써야하고 그 규모가 적지 않다보니 항상 고민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계약하던(정확히는 가계약) 날의 경험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나의 경우 여러 우연이 겹쳐서 집을 사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집을 산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무주택자 시절 나의 내집마련 후기가 지금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시에 직장과 가까운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계약 만료일이 다되어 가도록 집주인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당연히 자동으로 계약 연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약 만료일을 딱 한 달 가량 남기고 집주인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

 

자기가 직접 들어와서 살아야되니까 집을 빼달라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시간도 별로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집을 구한다는 말인가. 내내 아무말도 없다가 뒤통수 치듯이 통보하는 집주인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

 

하지만 화나는 것은 화나는거고 어쨌든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나와 아내는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거 전세 살면서 계속 불안해 하지 말고 이참에 집을 사버리자"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평소에 눈여겨 보던 아파트들 중 가성비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파트들을 추리고 각각의 실거래가와 호가, 그리고 이 정도 가격의 물건이 나오면 구매할만한 메리트가 있다는 수준을 분석했다.

 

그 뒤 동네 부동산을 다니면서 실제로 물건들을 보러 다녔다. 퇴근 후에는 물론이거니와 일하다가 조퇴하고도 가고 주말에도 가고 정말 열심히 집들을 보러다녔다. ​ 집들을 열심히 보다보니까 인근 주변 환경이라든지 집의 구조, 단지 내 분위기 등 인터넷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세 개 정도의 매력적인 물건을 추렸는데 첫 번째 매물은 입지도 좋고 브랜드도 좋고 구조도 가장 좋은 A타입이지만 평수가 29평으로 약간 아쉬운 물건이었고, 두 번째 매물은 첫 번째 매물과 같은 ㅇㅇ단지의 33평 매물이었지만 구조가 B타입으로 약간 아쉬움이 있는 물건이었다. 마지막은 앞의 두 매물과는 다른 단지로 입지 등에서 전반적으로 약간씩 떨어지지만 구조도 괜찮고 33평에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 물건이었다. ​

 

아내와 나는 1번과 2번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저녁밥을 먹으러 동네 식당에 갔다.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ㅇㅇ단지의 33평 A타입 구조의 매물이 저렴하게 나왔는데 물건 볼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보러갈 생각이 있다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층수를 물어봤는데, 아까 보고 왔던 2번 매물과 같은 층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2번 매물과 같았다.

 

같은 단지 같은 층에 같은 가격으로 두 개의 매물이 동시에 나와있다고? 그리고 A타입은 B타입 대비 시세가 몇 천 만원은 더 나가는데? 어쩐지 이상했다. 우리는 부동산 사장님의 착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매물은 아까 보고 왔으며, A타입이 아니고 B타입이라고 정정해드리고 통화를 끊었다. ​

 

다시 밥을 먹으면서 아내와 논의를 한 끝에 내일 1번 매물을 계약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그 때 다시 아까 그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이미 시간은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도 이상해서 주인한테 비밀번호 받아서 그 집에 직접 들어가봤어. **03호 A타입이 맞다니까?" 이럴수가. 우리가 보고 왔던 집은 **01호 였다. 우리는 밥 숟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이미 몇 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고 사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늦은 시간에 집 내부를 봤는데, 주인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서 집은 공실이었다. 그리고 집을 험하게 썼는지 몇 년 되지 않는 집인데도 여기저기 낡아 있었다. 사실 어차피 도배 같은 것들은 새로 해야하니까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사장님께 집이 조금 상했다는 둥 괜히 아쉬운 소리를 했다. ​

 

당시 집주인은 사업을 하던 분인데 급하게 사업 자금이 필요해서 집을 처분하려는 것이었고, 이쪽 동네에 별로 관심이 없으신지 시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평소 거래하던 부동산에 알아서 급매 가격으로 내놔 달라고 했는데 이 부동산 또한 시세를 정확히 몰랐는지 B타입 가격으로 물건을 내놓은 것이다(아마도 다른 단지에 위치한 부동산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저렴하게 나온 물건임에도 같은 층에 같은 가격으로 B타입 매물이 이미 나와있어서 시세를 알고 있는 다른 부동산들은 당연히 그 매물이라고 생각하고 손님들에게 해당 매물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날이 주말이었음에도 밤이 되어서야 우리가 처음으로 그 집을 보게된 것이었다. ​

 

어쨌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날 바로 우리가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집이 많이 상했으니 천 만원만 더 깎아 달라고 부동산 사장님께 이야기 했다. 사실 처음 가격도 말도 안되는 가격인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할 용기가 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도 한 번 이야기 해보겠다고 하시면서 집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오늘 바로 가계약금으로 천만원을 보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

 

그렇게 우리는 여러가지 행운이 겹쳐서 첫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2019년) 부동산은 각종 규제로 일시적인 하락장을 맞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격에 산다면 절대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계약을 진행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적인 확률 게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운이 좋게도 그 뒤로 큰 상승장을 맞아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줬고, 작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큰 하락장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워낙 좋은 가격대에 진입한 덕분에 그래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어쨌든 이 경험 덕분에 부동산은 사놓고 수익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는 시점부터 수익이 나는 물건을 사야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

 

혹시 이 글을 보는 무주택자 분들 중, 지금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사는 순간부터 이득을 볼 수 있는 매물을 찾아서 사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경매가 됐든 급매물이 됐든. 본인이 열심히 발품을 판다면 분명히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물건을 산다면 하락장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부디 참고가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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