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나는 기업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인사팀에서도 채용 담당자로 10년 이상 일하면서 수많은 면접을 봤고 그 만큼 다양한 지원자들을 만났다. 그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면접을 잘 보는 지원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3가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본 포스팅을 꼼꼼히 읽는다면
- 면접관들이 면접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지,
-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자주하는 실수는 무엇인지,
- 결과적으로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을 잘 보기 위한 핵심 Tip 3가지
1. 묻는 말에 답변하라(질문을 잘 들어라)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에서 가장 기본은 상대방이 묻는 말을 잘 듣고 답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게 안되는 지원자들이 매우 많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Q. 지원한 직무(예. 기구설계)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A.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전체적인 학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공과 관련된 과목들의 학점은 우수한 편입니다. 또한, 대학시절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기위해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하여 하였습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사회 경험들이 훗날 저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던지 항상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이상한 점을 찾았는가? 만약 저 답변이 딱히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도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 포스팅을 꼼꼼하게 읽고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위 예시는 그 동안 내가 겪었던 여러 면접 사례들을 바탕으로 창조한 것이지만 실제로 면접에 들어가면 이렇게 대답하는 지원자들이 정말 많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묻는 말에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사전에 준비했던 답변을 억지로 질문에 끼워 맞춰서 한다. 그러다보니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동문서답이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면접도 일종의 대화이다.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활한 소통이 된다. 이런식으로 묻는 말에 답변하지 않고 엉뚱한 대답만 계속하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내 말을 듣기는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쾌해진다.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따라서, 면접 잘 보는 방법 가장 첫 번째는 질문을 잘 듣는 것이다.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묻는 말에 정확하게 답변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사례에서는 '기구설계 직무', '나만의 강점' 이 두가지가 포인트이다. 이에 맞는 답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 예시로 나온 답변에서는 기구 설계 직무에서 본인만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남들보다 성실하다는 것인지... 전공 지식이 뛰어나다는 것인지... 갑자기 아르바이트 얘기는 왜 하는 것인지...
그나마 질문의 요지에 부합하는 내용은 기계공학 관련 전공들의 학점은 우수하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하지만 사실 이 정도로는 남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는 것이 기구설계 직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저 답변만으로는 찾기가 어렵다. 때문에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위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 예시는 다음과 같다.
A. 기구설계 직무에서 제가 가진 차별화된 강점은 전공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먼저 전공지식은~~(전공지식이 왜 강점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 설명), 두 번째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강점인 이유 설명. 예) 보통 엔지니어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저의 경우 다양한 고객응대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소통 능력을 키웠습니다~)
질문을 잘 듣고 묻는 말에 답변하는 것. 이것만 잘해도 '말귀를 잘 알아듣는'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지원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내용이니 꼭 명심해야 한다.
2. 두괄식으로 답변하라
한국 사람들은 보통 미괄식 대화에 익숙하다. 어떤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이유나 배경을 쭉 설명한 뒤 핵심 주제를 가장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식이다. 본인이 평소에 친구들과 대화할 때를 생각해보라. 대부분 미괄식의 이야기 전개를 많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다르다. 면접관들은 하루에도 길게는 몇 시간씩 면접을 보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지원자들의 모든 답변 하나하나에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평소 사용하는 미괄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면접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따라서 면접 잘 보는 방법 두 번째는 위 1번 적절한 답변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괄식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다.
아래 예시를 보자.
Q. 지원한 직무(기구설계)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 A1. 기구설계 직무에서 제가 가진 차별화된 강점은 전공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그 이유는..~(이유 설명)
- A2. 저는 전공과목을 누구보다 열심히 들었고 ~~(이유 설명) 다양한 고객 응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이유 설명) 그래서 전공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A2 방식의 답변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만 사용하자. 면접 장면에서는 앞에 부연 설명이 길어질수록 면접관의 집중력이 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정작 맨 마지막 핵심 답변은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면접관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A1 방식(두괄식)으로 답변을 하자.
3. 실제 경험에 기반해서 답변의 근거를 제시하라
면접은 지원자가 해당 직무 혹은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면접관들은 정확한 평가를 위해 지원자가 해당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지원자의 의지나 생각이 아닌 실제 경험한 것일 때 비로소 근거로써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책임감 하나만큼은 자신있는 사람이다." 라고 지원자가 답변을 했다고해서 책임감이 있는 지원자라고 평가를 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제가 맡은 일은 항상 책임지고 끝내왔다." 와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도 적절하지 못하다. 정말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제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제시해야한다.
A. ㅇㅇ 회사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에 다른 직원분들과 함께 남아서 2주 간 야근을 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도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맡은 업무가 자료조사였는데, 저에게 주어진 일이었던 만큼 정해진 기한 안에 어떻게든 제 역할을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비록 인턴이지만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주동안 매일 밤 11시까지 야근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힘을 보탰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팀장님께서 "너는 정말 책임감과 끈기가 있는애다. 어디서든 일 잘할거다." 라고 칭찬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정도의 답변이 나와야 비로소 책임감이 있다는 적절한 근거가 제시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경험이다. 의지나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경험/행동은 잘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면접 장면에서는 지원자의 의지나 생각, 다짐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 오로지 과거에 그렇게 행동 했었는지를 본다.
그 동안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입사만 시켜준다면 한 달에 두 권 이상씩 책을 읽겠습니다." 라고 면접 장면에서 말한다면, 그 순간에는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람의 의지는 너무도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반면에 그 동안 꾸준히 한 달에 두 권 이상 책을 읽어왔던 사람이라면 입사 후에도 한 달에 두 권 정도 책을 읽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의지는 쉽게 변하지만 사람의 행동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는 이 점을 활용한다.
때문에 면접에서 내가 어떤 주장을 하고자 한다면 과거에 실제로 그런 행동을 했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면접관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그런 사례가 없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 보다는 솔직하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 보통 이런 경우 면접관들이 진정성 있는 후보자라고 판단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역량을 묻는 질문에서 만회하면 된다.
오늘은 면접 잘 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면접을 잘 보기 위한 앞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 1) 묻는 말에 대답하고, 2) 두괄식으로 말하고, 3) 실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라. 이 세가지가 핵심이다. 다른 여러가지 Tip들이 있겠지만 이 세가지만 잘 지켜도 장담컨대 면접 합격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의 모든 방법들은 내가 해당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내가 해당 직무 혹은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한데 면접을 잘 보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경우에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먼저이다.
부디 본 포스팅이 열심히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지원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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